아우디 TT 쿠페는 참 잘생겼다. 아우디의 라인업중 가장 디자인이 잘 빠졌다. 아우디 디자인의 정수다. 아우디 라인업 중 가장 예쁘고 개성이 강한 차다. TT쿠페. 이 작은 차를 보고 있으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작아도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차들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TT 쿠페는 작아서 아름답다.

TT는 투어리스트 트로피에서 유래‘TT’는 투어리스트 트로피에서 유래한 이름. 영국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경주 이름이다. 98년 처음 만들어진 TT는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나뉜다. 제법 단단하게 생긴 차를 보는 얼굴에는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좋은 차를 만나면 첫 순간 표정이 달라진다. 차가 나를 알고 내가 차를 알아본다.

TT는 길이가 4,178mm에 불과하다. 그나마 길어진 게 이 정도다. 국산 소형차인 현대자동차 베르나보다도 짧다. 그나마 2인승이어서 다행이다. 4인승 혹은 5인승이 아니라 2인승 쿠페여서 작지만 나름대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다.

작다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작지만 강하다. 생김새부터 야무지고, 빈틈없다. 단순 명료한 선이 강한 인상을 만든다. 범퍼 아래에서 보닛을 가로지르는 V자 라인. 칼주름을 연상시키는 숄더 라인이 디자인의 이 차의 중심이다. 보고 있으면 절로 긴장된다. 예쁜 여인을 마주할 때 느끼는 긴장감이다. 기분 좋은 탱탱한 긴장. 둥글둥글한 선이 주를 이루는 쿠페 디자인이어서 부드럽고 물러 보일 수 있는데 TT에는 강한 선에서 비롯되는 강인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아름다움을 위한 비용, 좁은 공간원을 그리는 루프라인은 한결 부드럽고 포근하다. 세련된 모습을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쿠페는 실내 공간 확보에서 불리하다. 이 때문에 4인승이 아닌 2인승이 됐다. 2인승 쿠페는 공간활용보다는 미적 감각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두 사람을 위한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공간을 어느 정도 희생시켜도 쿠페에선 용서가 된다. 왜냐하면 쿠페는 예뻐야 하기 때문이다. 예쁘고 좁은 쿠페는 이해될 수 있지만 못생기고 넓은 쿠페는 용서받을 수 없다.

TT쿠페는 2인승이지만 2열 시트가 있다. 사람이 앉지도 못하는 좌석을 굳이 왜 만들었을까. 이 차를 4인승으로 인증 받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별 쓸모 없는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훨씬 넓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동굴 안에 깊숙이 들어 앉은 느낌이다. 챙이 긴 스포츠 모자를 쓴 기분. 신호등에 걸려 제일 앞에 멈춰 섰을 때 머리를 앞으로 쑥 내밀어야 신호등을 볼 수 있다. 옆에서 보면 운전석 위치가 차 중아에서 뒤쪽으로 많이 치우쳤음을 알 수 있다.

차 앞 부분에 공간 여유가 많다는 말이다. 엔진룸도 여유가 있다. 보닛을 열면 널널한 엔진룸이 반긴다. 보닛 후드는 맨 철판이다. 방음재나 단열재가 없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돌리면 뭔가 어색하다. 핸들이 원이 아니다. 핸들 아랫 부분이 직선이다. 둥글게 이어지던 선이 아랫 부분에서 직선으로 변한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스티어링 휠이다. 원형이 아니어서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변속기는 6단 팁트로닉. 하지만 이 차는 수동변속기가 어울린다. 재빠르게 움직이며 짜릿한 변속 순간의 손맛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그나마 팁트로닉의 수동 기능이 있어 순간순간 속도를 나꿔채며 가속하는 맛을 느낀다.

타고난 체형, 마력당 무게비 6.8kg. 제로백은 6.4초밟았다 놨다 가속페달을 희롱하면 엔진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때론 너무 조용하고 때론 박력있게 으르렁 거린다. 얌전하면 얌전한대로, 야성이 드러나면 또 그대로 멋이 드러난다.

공차중량 1,360kg에 엔진출력은 200마력이다. 마력당 무게비가 6.8kg. 이 숫자는 거의 제로 백과 일치한다. 이 차의 제로백은 6.4초. 힘은 세고 몸무게는 가벼운 효율적인 체형이다. 전형적인 스포츠카 체형.

D모드 100km/h에서 2,500rpm. 매우 편안한 상태다. 수동 변속모드로 바꾸면 2단 6400rpm, 3단 4800rpm, 4단 3500rpm, 5단 2900rpm, 6단 2100 rpm에서 각각 시속 100km를 기록한다. 바로 이런 점이 수동변속의 묘미다. 운전하는 상태에 맞춰, 혹은 운전자 기분에 맞춰 엔진을 가혹하게, 혹은 편안하게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편하게 운전하려면 역시 D 모드다. 핸들을 잡고, 달리면 차는 가볍고 경쾌하게 달린다. 부담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면 차체는 금방금방 원하는 속도를 낸다. 하지만 고속에 이르면 체감속도가 실체속도보다 더 높다. 차는 안정적이지만 속도감은 더 나는 것이다. 스피드를 좀 더 즐기라는 듯 과장된 느낌이 전해진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상황은 차의 거동이 불안한데서 기인한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면 차체가 한계 상황에 조금씩 다가서면서 움직임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운전자는 실제 속도 이상으로 속도를 느끼며 불안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차는 조금 다르다. 속도가 과장된 면이 있지만 불안함보다는 즐거움이 앞선다. 스피드를 즐기려는 이에게는 이처럼 체감속도가 조금 더 높은 게 매력일 수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고속에서의 불안함을 줄여주는 한 요인이 된다. 직선로에서는 물론이고 굽은 길에서 차체가 노면에 달라붙어 달리는 밀착감은 상당했다. 여기엔 서스펜션에 더해 스포일러의 역할도 크다. 시속 120km에서 리어스포일러가 올라와 다운포스를 만들어준다.

무거운 도어는 오히려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도어 내부에 보강재를 덧대 무거워졌고 따라서 측면 충돌에서 그만큼 더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이어서다. 그래도 연약한 여인이 경사진 길에서 문을 열 때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혹시 여자를 태우고 다닐 일이 있다면 도어를 직접 열어주는 매너가 필요한 차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이 좁은 공간에 나란히 배치돼 있어 가끔 간섭현상이 생겼다. 가속페달을 밟다가 순간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이 발에 걸리는 것이다. 발이 큰 사람들이라면 더 자주 이런 현상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는 맛이 일품이었다. 엔진 rpm이 오를수록 차분해지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이에게 더 잘 어울릴 차다. TT쿠페의 연비는 EU기준으로 13.0km/ℓ 수준. 2.0ℓ 급에서 만나기 힘든 연비 수준이다. 배기량 대비 무게가 덜 나가서 얻는 장점이다. DINK족에 어울릴 야무진 차

판매가격은 6,250만원. TT로드스터는 6,520만원이다. 쉽게 넘볼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다. TT는 어차피 패밀리카는 아니다. 2인승이어서다. 잔뜩 멋을 내고 폼나게 달리는 데는 제격이지만 아이들 태우고, 주말 나들이가기엔 택도 없는 차다.

아이없는 맞벌이 부부, 즉 DINK족이라면 이런 차를 타봄직하지 않을까. 물론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라면 세컨드 카로 TT를 타는 게 좋은 선택이 되겠다. 차처럼 야무지고 빈틈없는 사람이 이 차의 오너가 된다면 참 잘어울리는 차와 사람이 될 것이다.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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